우리 주변에는 선택의 순간마다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당장 친구들과 모이면 식당을 정하는 것부터 힘들지 않은가. 식당을 정하는 경우는 둘 중 하나이다. 누군가 소심하게 꺼낸 얘기에 동조하거나, 가장 책임감 있는 한 사람이 결정하거나.
식당에 도착해서 메뉴를 고르고 한 숟갈 입에 넣었더니 맛이 없다. 그러면 가장 두려운 일이 시작된다. 식당을 고른 친구에게 비난을 쏟아내고, 입을 모아 그 선택이 옳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 결과 다음 번에 모였을 땐 식당을 고르기 더 힘들어진다. 저번에 식당을 골랐던 친구는 이제 결정이 두려워졌기 때문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다들 남의 결정에 끌려다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67화)]
우리는 흔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을 결정 장애가 있다고 표현한다. 친구들과 식당에 가서 “우리 뭐먹지?”, 미용실 카탈로그를 앞에 두고 “무슨 색으로 염색하지?”, 영화관에서 데이트할 때 “어떤 영화가 좋지?” 모두 하나같이 간단한 질문이지만 결정하기 쉽지가 않다. 이런 우리의 심리를 멋지게 표현한 웹툰이 있다. <유미의 세포들>이다.
[유미의 세포들 247화 표지]
<유미의 세포들>은 유미의 성장을 다룬 웹툰이다. 유미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열심히 돈을 벌고,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달콤한 사랑을 꿈꾼다.
등장인물의 속마음은 다양한 종류의 세포들이 대변한다. 이들은 우리의 다양한 마음을 객관화한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마음 속 생각을 한 발짝 떨어져 객관화 함으로써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가지는 갈등을 흥미롭게 표현했다.
시도 때도 없이 활동하는 응큼세포, 주머니 사정에만 신경쓰는 자린고비세포, 내 비밀을 지키는 비밀세포, 망설이게 만드는 불안세포, 이성을 담당하는 이성세포와 사랑에 올인하는 사랑세포 등 다양한 세포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합쳐져서 큰 힘을 내는 프라임세포로 진화하기도 하며 등장인물들을 다양한 선택과 행동으로 이끈다.
[다양한 세포들의 상호작용은 바로 우리 머릿속의 복잡한 갈등]
객관화를 통해 제3자가 됨으로서 우리는 좀 더 솔직해질 수 있다. 결정장애의 원인을 세포들 탓으로 돌려보자. 그들이 왜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지 생각해보면 그건 강력한 리더역할을 하는 세포가 없기 때문이다. 책임을 무릅쓰고 나서는 세포가 없다. 유미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본심세포를 리더로 세우자. 내 본심을 확실하게 말한다는 이유로 마음속 깊은 곳에 가뒀던 본심세포를 꺼내내면 된다. 솔직해지자. 원하는 메뉴가, 좋아하는 색이며 보고 싶던 영화가 왜 없겠는가.
이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는 그만두자. 본심을 숨기는 것이 드러내는 것보다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 그 속편한 사고방식이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우리를 힘들게 만든다.
[본심을 꺼내는 것. 그것은 정말 모험일까?]
책임지는 것이 왜 두려운 것일까? 우리의 인생이 겨우 식당 메뉴나 머리색을 잘못 골랐다는 이유로 흔들릴만큼 보잘 것 없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혹시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결정이 다른 사람의 한 마디에 쉽게 흔들릴만큼 믿음이 부족한가?
우리의 존재는 성적이 아니다. 생각에 정답은 없다. 다른 사람의 평가가 우리 자신의 평가보다 중요할 수 없다. 유미의 세포들의 "유미가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다"는 원칙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내가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다.(69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으면 책임질 일은 없을테고, 결정을 내린 사람을 보면서 욕할 수 있다. 그렇게 내 자존심을 지키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혹시 당신도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음으로써 책임을 회피하는 극중주의를 원하는가. 그건 결국 다른 사람의 선택에 의존하고 싶으면서 아닌 척하는 비겁한 태도다.
평생 누군가의 아바타로 살아가고 싶은가? 자신이 누구의 아바타인지 남에게 물으며 살고 싶은가? 그게 아니라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자. 우리의 세포가 우리를 위해 말하고 있다. "선택을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의 세포는 언제나 우리의 편이다.
[내 마음이 이끄는 것. 거기에 무죄와 유죄가 어디있나.]
항상 최고의 선택을 할 수는 없다. 그건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니 본인의 선택이 최고가 아닐까봐 두려워하지 말고 그 순간에 자신의 세포들이 말하는 것을 믿어보자. 당신은 어떤 세포의 말을 듣고 싶은가.
[지금 그런 걸 따질 때인가? NO!(55화)]
최악을 떠올려보자. 지금까지의 선택이 최악이었나? 그랬다면 지금 이렇게 살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명심하자. 이 세상이 굴러가는 시스템은 항상 최고의 선택을 고르는 게 아닌 최악을 피하는 선택이라는 걸. 선택의 결과에 스스로를 얽맬 필요는 없다. 연재가 진행 될 수록 어른이 되어가는 유미처럼 우리도 한참 성장중이다.
아직도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는게 두렵다면 서두르지 말고 <유미의 세포들>을 읽어보자. <유미의 세포들>에서 유미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보자. 세포들을 보면서 객관화의 방법을 배우고 나에게 적용시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동안 가두어 두었던 세포들이 있다면 풀어주고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 지금 당신의 세포들은 무슨 말을 하는가?
[자신을 믿자. 나는 당신이 잘 해낼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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